🌳🌲 오랫동안 고요히, 그 자리를 지키는 숲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특별시. 이곳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5개의 궁궐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 서서, 역사의 흐름을 지켜봐 온 것은 비단 궁궐만이 아닙니다. 궁궐 안에는 도시와 산줄기를 연결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함과 동시에 도심의 환경가치를 높이는 ‘궁궐숲’이 존재합니다. 그 속엔 수백 년 된 나무를 비롯해, 크고 작은 생물들이 서식처를 삼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궁궐숲은 궁궐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그곳을 지키며 역사의 한 축을 받들며 지내왔습니다.
🌳 이렇게 시작된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
2022년,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서울그린비전 2040」연구를 바탕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시민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녹색 공간을 찾아내고 보전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국가유산청(舊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관리소의 제안으로 ‘궁궐숲’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궁궐숲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사적지(史蹟地)이자, 도심 한복판에 존재하는 ‘숲’이기도 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수목 식재에 따른 공익 비용 산출 평가 방법인 i-Tree를 이용해 창경궁의 궁궐숲의 환경적 가치 평가를 실행했습니다. 그 결과 창경궁 궁궐숲(총 10ha)은 1년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1ha당 총 5.7톤 대기오염물질 저감량은 164.3kg으로 연간 2억 4천 8백만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산소 공급 및 환경적 가치는 울창한 산림과 유사한 6억 8900만원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발표됐습니다. 👉출처 : [한국조경신문] 궁궐숲은 도심의 자연숲 기능 가진 “생태적 징검다리” 2023-04-11
이처럼 창경궁의 궁궐숲은 도심의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환경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연이자,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관리소와 함께 도시의 숲인, 궁궐숲을 보다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 아픈 대한민국의 역사, 끊어진 창경궁과 종묘 잇기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관리소와 함께하는 곳은 창경궁 율곡로 권역입니다.
‘율곡로’,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경복궁 사거리를 기점으로 종로6가 청계천 오간수교를 잇는 3.149km의 서울의 도심부 북쪽과 동서를 잇는 주요 도로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엔 조선의 종묘사직과 창경궁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2년, 일제는 ‘종묘 관통 도로’ 개설이 완공되며 우리의 궁궐,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갈라 놓았습니다. 그리고 ‘율곡로’는 서울시의 도로 확장 및 율곡로의 지하화 계획이 확정되면서 2022년 4월 ‘율곡 터널’이 완공되었습니다. 이는 동궐(창경궁, 창덕궁)과 종묘가 끊어진 지 무려 90년 만이었습니다. 율곡 터널은 도로 위에 아치형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터널 위에 새로 마련된 8,000㎡ 넓이의 공원에 담장과 더불어 동궐과 종묘를 잇던 북신문을 복원하면서 담장 길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담장은 터널 지하화 공사 도중 발견된 옛 종묘 담장의 석재를 약 20% 정도 사용하여 복원했다고 합니다.
끊어졌던 역사의 단절을 다시 잇는 율곡로 일대의 숲을 시민들과 함께 가꾸며 우리의 소중한 도시숲인 창경궁 궁궐숲에 담긴 녹색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서울그린트러스트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관리소와 궁궐숲의 가치 확산에 공감한 유한킴벌리, KB국민은행과 「창경궁 수목 및 녹지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한 상호 협력」업무 협약을 맺었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율곡로 내 창경궁 권역의 녹지공간을 시민과 함께 돌보는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 궁궐숲의 나무들
궁궐숲에는 모든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북악산에서 이어져 내려온 한북정맥의 줄기를 기존 창경궁과 종묘 내부까지 녹지체계가 연결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북악산의 식물상과 창경궁의 주요 식생 보고서를 참고해서 숲 가꾸기를 계획했어요. 율곡로 권역에 있는 기존의 나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형적인 멋이 있는 진달래와 산철쭉과 쪽동백을 심었어요.
(좌측부터) 쪽동백나무 | 진달래 | 산철쭉
그 밖에도 비비추, 맥문동, 벌개미취, 원추리, 하늘매발톱, 옥잠화 등 율곡로 권역의 반 그늘진 구역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초본류들을 심어 다양한 들꽃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궁궐숲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궁궐에 있던 나무들은 일제 강점기에 원형을 대부분 잃었던 아픔이 있죠. 불행 중 다행히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복원의 과정을 거치면서 궁궐에 다시 많은 나무를 심었습니다. 남해안에서 자라는 몇몇 수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숲을 대표하는 나무의 대부분을 궁궐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국가유산포털 - 궁궐의 나무
🧑👧시민과 함께하는 캠페인의 시작 - 2023년 궁궐숲 가꾸기 활동👨👩
궁궐숲 가꾸기는 창경궁을 찾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창경궁의 숲을 아끼며 가꾸어 나가는 만큼, 민관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숲의 관리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점에서 도시의 자연 유산, 창경궁 율곡로의 자연성 회복과 보전을 위한 큰 의의를 두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의 첫해를 맞이했던 2023년. 창경궁 궁궐숲은 생태·역사 전문가의 의견과 궁궐 녹지 공간에 관한 여러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북악 산림의 식생을 재현하는 숲 가꾸기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단순히 나무를 심기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궁궐숲의 변화를 꾸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2023년 봄을 시작으로 총 8번의 궁궐숲가꾸기 활동에는 225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모두 함께 355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시민 1명당 15.7㎡(약 4.7평)의 도시숲을 가꾼 셈이에요.(어마어마하죠? 😮)
그 밖에도 관목 사이사이 또는 깊숙한 곳, 경사가 심해서 제초 기계가 닿을 수 없는 곳마다 시민들의 노고가 닿아 궁궐숲에 있던 유해식물(생태계교란종)인 미국자리공을 포함한 28종을 무려 463kg 제거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덕분에 궁궐숲의 건강성이 높아져 갔습니다. 그리고 준전문가인 시민정원사회 회원들의 섬세한 손길이 더해져 궁궐숲의 나무들은 2023년을 강타했던 폭염, 홍수, 추위를 견디고 건강히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을 시작한 4월에는 유홍준 교수(「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저자)를 초청하여 ‘궁궐숲의 중요성과 역사적 복원의 의미’를 주제로 한 궁궐숲 북토크도 진행했습니다. 창경궁을 비롯한 우리나라 고궁이 가진 역사와 전통, 그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애써 가꿔놓은 궁궐숲이 여름철 건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틈틈이 관수 하고, 토양 및 수목 진단, 병충해 관리를 통해 꾸준히 돌보며 앞으로의 관리 방안에 대한 기초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 넓고 더 깊게, 2024년 궁궐숲 가꾸기 활동
2024년,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도 어느덧 2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활동 당시 현장과 설문 의견을 반영하여 시민 참여 봉사자 모집 시, 숲가꾸기에 필요한 개인 장갑 지참을 사전에 권장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봉사 단체(시민정원사회)와 지속적인 관리 협력과 더불어 어린이와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의 궁궐숲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올해로 2년 차를 맞이한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에는 굳건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진 참가자들을 함께했던 다정한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올 하반기는 특별한 부제로 궁궐숲 가꾸기 활동을 이어가보았는데요. 한여름 날의 폭염 속에서도 궁궐숲의 나무들을 구하기 위한 잡초 제거 활동 ‘진달래 구조대’를 시작으로, 지난(至難)한 여름을 견뎌낸 궁궐숲 곳곳에 보식이 필요한 곳을 위한 나무 심기 활동인 ‘나무돌봄대’와 ‘나무가꿈대’, 궁궐숲 토양 진단을 통해 파악을 완료한 수분 부족 구역 내에 곤충과 생물들의 두텁고 따뜻한 서식처가 되어줄 낙엽을 긁어 모아 준 ‘낙엽 수비대’까지... 수많은 시민의 눈부신 활약이 빛을 발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2024년 궁궐숲 가꾸기 활동엔 자주 만나 기쁘고, 새로 알게 되어 반가운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기보다도 더 큰 나무를 심기 위해 호미로 땅을 파며 심던 한 어린이 친구. 농부가 꿈이라는 꼬마 형제들은 유해식물 킬러가 되어, 궁궐숲 나무들의 생장을 방해하는 잡초와 유해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땀 흘려주었습니다. 나무심기 활동에 참여한 또 다른 어린이는 자기 몫의 나무를 눈 깜짝할 새 심어두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 더 많은 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제 키보다도 궁궐숲의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주기 위해 있는 힘껏 까치발을 하며 폴짝 뛰던 아이도 기억에 남아요.
그뿐일까요?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된 궁궐숲 가꾸기를 통해 처음 만난 분들끼리 친구가 되는 경우도 보았고요, 지난 3월, 유한킴벌리가 주관하는 신혼부부 나무 심기에 참가했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 활동에도 신청하게 됐다는 신혼부부를 만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궁궐숲 가꾸기에 참여해 주신 많은 분 덕분에 초록이 물들이는 선(善)함과 긍정의 영향력이 이토록 크고 넓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궁궐숲도 도시숲이에요! 🌳
예로부터 궁궐을 풍금이라도 불렀다고 합니다. 이맘때 궁궐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나무가 많아서 생겼다고 합니다. 단풍나무(楓)가 많으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禁)는 의미죠. 창경궁의 단풍과 가을 풍경 또한 으뜸 중의 으뜸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가을의 창경궁에서 2024년의 마지막 시민 참여 궁궐숲 가꾸기 활동이 11월 8일(금)에 진행될 예정이에요. 올해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활동이니, 이번에 우리 함께 궁궐숲을 가꿔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11/8 궁궐숲가꾸기 신청하기
우리의 역사이자 자연 유산인 궁궐숲은 여전히 많은 시민의 손길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초록이 우거진 우리의 아름다운 도시숲, 궁궐숲 가꾸기에 함께해주세요!
"우리의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의 숲을 기억해 주세요. 궁궐숲 가꾸기"
📌 함께 읽어보면 좋을 정보들 *해당 정보들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 본 포스트는 서울그린트러스트 8월 뉴스레터 [10월: 종로구 율곡로99의 OOO’ 중 종로구 와룡동엔 특별한 O이 있어요!] 에 수록되는 내용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소식과 함께 국내·외 초록빛 이야기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특별시. 이곳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 5개의 궁궐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 서서, 역사의 흐름을 지켜봐 온 것은 비단 궁궐만이 아닙니다. 궁궐 안에는 도시와 산줄기를 연결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함과 동시에 도심의 환경가치를 높이는 ‘궁궐숲’이 존재합니다. 그 속엔 수백 년 된 나무를 비롯해, 크고 작은 생물들이 서식처를 삼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궁궐숲은 궁궐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그곳을 지키며 역사의 한 축을 받들며 지내왔습니다.
2022년,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서울그린비전 2040」연구를 바탕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시민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녹색 공간을 찾아내고 보전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국가유산청(舊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관리소의 제안으로 ‘궁궐숲’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궁궐숲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사적지(史蹟地)이자, 도심 한복판에 존재하는 ‘숲’이기도 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수목 식재에 따른 공익 비용 산출 평가 방법인 i-Tree를 이용해 창경궁의 궁궐숲의 환경적 가치 평가를 실행했습니다. 그 결과 창경궁 궁궐숲(총 10ha)은 1년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1ha당 총 5.7톤 대기오염물질 저감량은 164.3kg으로 연간 2억 4천 8백만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산소 공급 및 환경적 가치는 울창한 산림과 유사한 6억 8900만원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발표됐습니다. 👉출처 : [한국조경신문] 궁궐숲은 도심의 자연숲 기능 가진 “생태적 징검다리” 2023-04-11
이처럼 창경궁의 궁궐숲은 도심의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환경가치를 지님과 동시에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연이자,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관리소와 함께 도시의 숲인, 궁궐숲을 보다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 관리소와 함께하는 곳은 창경궁 율곡로 권역입니다.
‘율곡로’,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경복궁 사거리를 기점으로 종로6가 청계천 오간수교를 잇는 3.149km의 서울의 도심부 북쪽과 동서를 잇는 주요 도로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엔 조선의 종묘사직과 창경궁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2년, 일제는 ‘종묘 관통 도로’ 개설이 완공되며 우리의 궁궐,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갈라 놓았습니다. 그리고 ‘율곡로’는 서울시의 도로 확장 및 율곡로의 지하화 계획이 확정되면서 2022년 4월 ‘율곡 터널’이 완공되었습니다. 이는 동궐(창경궁, 창덕궁)과 종묘가 끊어진 지 무려 90년 만이었습니다. 율곡 터널은 도로 위에 아치형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터널 위에 새로 마련된 8,000㎡ 넓이의 공원에 담장과 더불어 동궐과 종묘를 잇던 북신문을 복원하면서 담장 길을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담장은 터널 지하화 공사 도중 발견된 옛 종묘 담장의 석재를 약 20% 정도 사용하여 복원했다고 합니다.
끊어졌던 역사의 단절을 다시 잇는 율곡로 일대의 숲을 시민들과 함께 가꾸며 우리의 소중한 도시숲인 창경궁 궁궐숲에 담긴 녹색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서울그린트러스트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경궁관리소와 궁궐숲의 가치 확산에 공감한 유한킴벌리, KB국민은행과 「창경궁 수목 및 녹지의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한 상호 협력」업무 협약을 맺었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율곡로 내 창경궁 권역의 녹지공간을 시민과 함께 돌보는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궁궐숲에는 모든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북악산에서 이어져 내려온 한북정맥의 줄기를 기존 창경궁과 종묘 내부까지 녹지체계가 연결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북악산의 식물상과 창경궁의 주요 식생 보고서를 참고해서 숲 가꾸기를 계획했어요. 율곡로 권역에 있는 기존의 나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조형적인 멋이 있는 진달래와 산철쭉과 쪽동백을 심었어요.
(좌측부터) 쪽동백나무 | 진달래 | 산철쭉
그 밖에도 비비추, 맥문동, 벌개미취, 원추리, 하늘매발톱, 옥잠화 등 율곡로 권역의 반 그늘진 구역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초본류들을 심어 다양한 들꽃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궁궐숲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궁궐에 있던 나무들은 일제 강점기에 원형을 대부분 잃었던 아픔이 있죠. 불행 중 다행히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복원의 과정을 거치면서 궁궐에 다시 많은 나무를 심었습니다. 남해안에서 자라는 몇몇 수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숲을 대표하는 나무의 대부분을 궁궐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국가유산포털 - 궁궐의 나무
궁궐숲 가꾸기는 창경궁을 찾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창경궁의 숲을 아끼며 가꾸어 나가는 만큼, 민관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숲의 관리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점에서 도시의 자연 유산, 창경궁 율곡로의 자연성 회복과 보전을 위한 큰 의의를 두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의 첫해를 맞이했던 2023년. 창경궁 궁궐숲은 생태·역사 전문가의 의견과 궁궐 녹지 공간에 관한 여러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북악 산림의 식생을 재현하는 숲 가꾸기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단순히 나무를 심기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건강하게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궁궐숲의 변화를 꾸준하게 모니터링 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2023년 봄을 시작으로 총 8번의 궁궐숲가꾸기 활동에는 225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모두 함께 355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시민 1명당 15.7㎡(약 4.7평)의 도시숲을 가꾼 셈이에요.(어마어마하죠? 😮)
그 밖에도 관목 사이사이 또는 깊숙한 곳, 경사가 심해서 제초 기계가 닿을 수 없는 곳마다 시민들의 노고가 닿아 궁궐숲에 있던 유해식물(생태계교란종)인 미국자리공을 포함한 28종을 무려 463kg 제거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덕분에 궁궐숲의 건강성이 높아져 갔습니다. 그리고 준전문가인 시민정원사회 회원들의 섬세한 손길이 더해져 궁궐숲의 나무들은 2023년을 강타했던 폭염, 홍수, 추위를 견디고 건강히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을 시작한 4월에는 유홍준 교수(「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저자)를 초청하여 ‘궁궐숲의 중요성과 역사적 복원의 의미’를 주제로 한 궁궐숲 북토크도 진행했습니다. 창경궁을 비롯한 우리나라 고궁이 가진 역사와 전통, 그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애써 가꿔놓은 궁궐숲이 여름철 건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틈틈이 관수 하고, 토양 및 수목 진단, 병충해 관리를 통해 꾸준히 돌보며 앞으로의 관리 방안에 대한 기초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2024년,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도 어느덧 2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활동 당시 현장과 설문 의견을 반영하여 시민 참여 봉사자 모집 시, 숲가꾸기에 필요한 개인 장갑 지참을 사전에 권장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봉사 단체(시민정원사회)와 지속적인 관리 협력과 더불어 어린이와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의 궁궐숲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올해로 2년 차를 맞이한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에는 굳건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가진 참가자들을 함께했던 다정한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올 하반기는 특별한 부제로 궁궐숲 가꾸기 활동을 이어가보았는데요. 한여름 날의 폭염 속에서도 궁궐숲의 나무들을 구하기 위한 잡초 제거 활동 ‘진달래 구조대’를 시작으로, 지난(至難)한 여름을 견뎌낸 궁궐숲 곳곳에 보식이 필요한 곳을 위한 나무 심기 활동인 ‘나무돌봄대’와 ‘나무가꿈대’, 궁궐숲 토양 진단을 통해 파악을 완료한 수분 부족 구역 내에 곤충과 생물들의 두텁고 따뜻한 서식처가 되어줄 낙엽을 긁어 모아 준 ‘낙엽 수비대’까지... 수많은 시민의 눈부신 활약이 빛을 발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2024년 궁궐숲 가꾸기 활동엔 자주 만나 기쁘고, 새로 알게 되어 반가운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기보다도 더 큰 나무를 심기 위해 호미로 땅을 파며 심던 한 어린이 친구. 농부가 꿈이라는 꼬마 형제들은 유해식물 킬러가 되어, 궁궐숲 나무들의 생장을 방해하는 잡초와 유해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땀 흘려주었습니다. 나무심기 활동에 참여한 또 다른 어린이는 자기 몫의 나무를 눈 깜짝할 새 심어두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 더 많은 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제 키보다도 궁궐숲의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주기 위해 있는 힘껏 까치발을 하며 폴짝 뛰던 아이도 기억에 남아요.
그뿐일까요?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된 궁궐숲 가꾸기를 통해 처음 만난 분들끼리 친구가 되는 경우도 보았고요, 지난 3월, 유한킴벌리가 주관하는 신혼부부 나무 심기에 참가했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궁궐숲 가꾸기 캠페인 활동에도 신청하게 됐다는 신혼부부를 만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궁궐숲 가꾸기에 참여해 주신 많은 분 덕분에 초록이 물들이는 선(善)함과 긍정의 영향력이 이토록 크고 넓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궁궐숲도 도시숲이에요! 🌳
예로부터 궁궐을 풍금이라도 불렀다고 합니다. 이맘때 궁궐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나무가 많아서 생겼다고 합니다. 단풍나무(楓)가 많으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다(禁)는 의미죠. 창경궁의 단풍과 가을 풍경 또한 으뜸 중의 으뜸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가을의 창경궁에서 2024년의 마지막 시민 참여 궁궐숲 가꾸기 활동이 11월 8일(금)에 진행될 예정이에요. 올해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활동이니, 이번에 우리 함께 궁궐숲을 가꿔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11/8 궁궐숲가꾸기 신청하기
우리의 역사이자 자연 유산인 궁궐숲은 여전히 많은 시민의 손길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초록이 우거진 우리의 아름다운 도시숲, 궁궐숲 가꾸기에 함께해주세요!
"우리의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의 숲을 기억해 주세요. 궁궐숲 가꾸기"
※ 본 포스트는 서울그린트러스트 8월 뉴스레터 [10월: 종로구 율곡로99의 OOO’ 중 종로구 와룡동엔 특별한 O이 있어요!] 에 수록되는 내용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소식과 함께 국내·외 초록빛 이야기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