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별 지구에 나타난 최초의 ‘육상식물’
초여름의 햇살이 공원 사이로 스며드는 6월, 나무 그늘 아래 조용히 자리한 초록빛 친구를 아시나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땅 위, 나무껍질, 돌 틈새에서 묵묵히 도시의 숨결을 지키는 존재, 바로 ‘이끼’입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로코가든(로레알코리아)’과 비밀정원, 매헌시민의숲의 '록록정원'(록시땅코리아)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끼.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왜 우리가 정원에 이끼를 심고, 이끼를 통해 도시 자연을 상상하는지, 그리고 이 작은 식물이 기후위기의 시대에 왜 더욱 주목받는지 그 비밀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 지구 최초의 ‘육상 개척자’, 이끼

▶ 이미지: Chat GPT
수억 년 전, 바다 생명체들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 그중 가장 먼저 육지에 발을 디딘 식물이 바로 ‘이끼(Moss)’였습니다. 약 4억 5천만 년 전 등장한 이끼류는 꽃도, 씨앗도, 뿌리도 없이 살아가는 식물의 원형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이끼는 복잡한 관다발 없이도 광합성을 하고, 땅과 공기에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이 조용한 혁명가는 오늘날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으며, 지구 생태계의 숨결을 조율합니다. 특히 이끼는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후센서’, ‘자연의 기록계’로 불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의 건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지표인 셈이죠.
지금도 도시의 공원이나 나무근처, 길가의 틈새에서 살아가는 이 작은 식물은 사실, 오늘날 인류가 땅 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가장 오래된 ‘생명 기술자’이자 ‘탄소 관리자’입니다.
| 도심 속 작은 우주, 이끼의 생태적 힘
나무 그늘 아래, 돌 틈, 흙 위에 펼쳐진 이끼는 ‘작은 숲’이자 ‘소우주’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끼가 생태계에서 맡은 역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끼는 토양을 안정시키고, 물을 붙잡아 수분을 유지시킵니다. 이끼는 뿌리 대신 실같은 구조(추가기관)로 바위나 흙, 나무 껍질 등에 부착되어 살아가요. 겉보기엔 연약해 보이지만, 이끼가 빽빽하게 자란 토양은 강한 폭우나 유수에도 쉽게 씻겨 나가지 않고 땅이 마르는 속도도 훨씬 느려요. 이끼가 덮은 지역의 지표 유실률은 최대 50% 가까이 감소하고, 수분 보유력이 증가해 다른 식물 종의 정착률이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이처럼 이끼는 토양 침식을 방지하고, 수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주변 식물들이 자라기 좋은 생육 기반을 마련해주는 생태계의 조력자에요. 이끼는 건조 상태 대비 최대 20배(건조대비)의 수분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도심의 미세기후를 안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수자원 함양에 기여하죠.
*출처: Glime, J. M. "Bryophyte Ecology", Volume 1.
그리고 다양한 미생물들과 균(菌)류, 곤충들에겐 아주 건강한 거주지이자 서식처가 되기도 해요. 작은 이끼 한 조각 안에는 수십·수백의 미생물과 초소형 곤충들이 공존하며, 생태계 내에서 에너지와 영양분이 교환되는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특히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이끼에는 미세조류와 공생하며 질소고정 작용까지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해요. 이처럼 생태계 순환의 중요한 축으로써 이끼의 존재는 생태계 전체의 복원력과 건강성으로 연결된답니다.
이끼는 지구의 탄소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끼의 잎 표면에는 큐티클층이 없어 대기 중의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공기 정화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특히 이끼가 주로 자라는 ‘이탄지’는 물이 고여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수천 년 동안 쌓여 만들어진 땅으로, 일반 토양보다 10배 이상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탄지의 이끼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유기물 형태로 고정해 오랜 시간 토양 속에 저장하며, ‘인류의 폐’이자 ‘탄소 저장고’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끼는 연간 약 6억 4,300만 톤의 탄소를 토양에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자동차 28억 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이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핵심적인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Mongabay, 2023.
도시에서도 이끼는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독일에서는 ‘CityTree’라는 이끼 기반 공기정화 장치가 도심 공기질을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기도 해요. 이끼는 작고 조용하지만, 생태계의 연결고리이자 기후위기의 시대에 꼭 필요한 숨은 영웅입니다. 우리가 정원과 공원에 이끼를 심는 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 안에 작은 생태계를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 도시에서 만나는 이끼 친구들
도시의 길가, 콘크리트 벽, 공원과 숲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이끼들! 대표적인 종류와 특징을 소개합니다.
▲ 털깃털이끼 잔디밭이나 콘크리트 벽, 나무껍질 등 다양한 곳에서 자라는 이끼예요. 가까이서 보면 부드럽고 촘촘한 잎이 녹색 카펫처럼 퍼져 있답니다. 미세먼지를 붙잡고, 땅이 마르지 않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역할도 해요. |  ▲ 솔이끼 공원이나 습지, 그늘진 곳에서 키가 쑥쑥 자라는 솔이끼는, 줄기에 가는 잎이 소나무 가지를 닮아 이름이 붙여졌어요. 토양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지켜주고, 다양한 미생물의 집이 되기도 합니다. | ▲ 흰털고깔바위이끼 산지나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끼로, 건조할 때는 잎이 줄기에 꼭 붙어 있다가, 습해지면 다시 퍼집니다. 작고 둥근 쿠션처럼 자라며, 극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아 도시의 더위를 식혀주는 데 힘을 보탭니다. |
▲ 우산이끼 이름처럼 우산을 닮은 포자체가 참 귀여운 이끼예요. 집 근처나 시냇가, 습기가 많은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답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이끼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 ▲ 참깃털이끼 연한 녹색빛을 띠고, 촉감이 부드러운 이끼입니다. 벽면녹화나 조경에 많이 쓰이고, 대량으로 키우기도 쉬워서 요즘 도시 녹화의 인기 스타로 떠오르고 있어요. | ▲ 은이끼 시멘트길, 보도블럭, 돌담, 아파트 벽면, 지붕 위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잘 자라는 이끼입니다. 잎 가장자리에 하얀 털이 있어 햇볕을 반사하고, 건조한 환경이나 오염된 곳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요. 덕분에 도시의 미세한 기후를 조절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
º 미기후 ; 국소지역의 특별한 기후나 지표면으로부터 1.5미터 내의 기후
*출처: 국립생물지원관 - 한반도의 생물다양성(https://species.nibr.go.kr/index.do)
| 이끼를 집으로 삼는 생명들!
이끼는 도시 환경에서 작은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하고, 먹이사슬과 영양 순환, 생물 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다양한 생물들에게 은식처와 먹이, 산란처를 제공하고 도시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높입니다.

도시의 작은 틈새, 그늘진 벽, 나무 밑동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끼 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끼는 그 자체로 작은 숲이자, 수많은 생명에게 소중한 집이 되어줍니다. 먼저, 이끼 사이사이에는 작은 곤충들이 숨어 있습니다. 진드기, 깍지벌레, 작은 파리, 나방 애벌레 같은 친구들은 이끼의 촉촉함과 그늘을 좋아해서, 알을 낳거나 몸을 숨기기에 딱 좋은 곳으로 이끼를 택하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지렁이나 달팽이, 작은 거미, 선충 등 무척추동물들도 이끼 군락에서 발견됩니다. 이들은 이끼가 만들어주는 촉촉한 환경 덕분에 도시 한복판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어요. 이끼 표면과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도 펼쳐집니다.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 다양한 미생물들이 이끼가 머금고 있는 수분과 영양분을 이용해 번성합니다. 이끼는 이 미생물들에게 꼭 필요한 미세한 환경을 제공해주죠.
또한, 이끼가 쌓여 만들어내는 부식토 위에는 다른 작은 식물이나 지의류(조류와 균류가 함께 사는 생명체)도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끼는 이 친구들이 정착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를 마련해주는 셈이죠. 이끼 군락이 충분히 크면, 그 위를 지나는 개미나 작은 곤충을 먹이로 삼는 새들이 잠시 머물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끼는 도심 속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도시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높여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 도심 속 이끼의 새로운 가능성의 사례
도시의 딱딱한 콘크리트 틈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끼는 조용히, 그러나 강인하게 초록 생명을 피워냅니다. 이 작은 식물은 이제 단순히 자연의 일부를 넘어, 도시를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이끼를 활용한 다양한 도시 녹화 프로젝트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끼는 공간이 좁고 복잡한 도심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공기를 맑게 하며, 우리에게 심리적 위안까지 선물해줍니다.
| [네덜란드] ‘Moss Concrete’(이끼 콘크리트)
네덜란드의 Respyre社 에서는 ‘Moss Concrete’라는 친환경 건축 소재를 개발했어요. 건물 외벽이나 공공시설에 이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설계해,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시의 열섬현상까지 완화합니다. 이끼가 자라며 작은 곤충들의 집이 되어, 도시 생물다양성도 함께 키워가고 있죠. |

ⓒtoronto gardens ⓒ Guide to Iceland
| [아이슬란드] Reykjavik City Hall
아이슬란드의 수도 중심부에 있는 레이캬비크 시청은 아이슬란드의 대표 자연경관인 이끼가 덮인 용암지대를 모티브로 한 이끼 조경 벽이 설치되어 있어요. 다공성 화산암으로 만들어진 벽 위에 다양한 종류의 이끼가 이식되어 있어서 시각적 흥미와 더불어 아이슬란드 도시의 정체성과 자연환 경을 동시에 기념하여 조경적인 측면과 더불어 자연생태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 [서울] 서울어린이대공원 로코가든 프로젝트
우리나라 서울에도 이끼정원이 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만든 ‘로코가든’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는 공간이에요. 관리가 쉽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톡톡히 내고 있답니다. | | [인천] 그린플러스 프로젝트 인천광역시에도 이끼가 활약 중입니다. ‘그린플러스 프로젝트’에서는 옥상 유휴 공간을 활용해 이끼 농장을 만들고, 모스월과 홈가드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덕분에 대기오염을 줄이고,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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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encitysoutions | [독일] City Tree 프로젝트
도심 한복판에 우뚝 선 초록 벽, 바로 ‘City Tree’입니다. 독일의 Green City Solutions에서 개발한 이 수직형 이끼정원은, 단 9㎡의 이끼 패널만으로도 81그루의 나무와 맞먹는 공기정화 효과를 낸다고 해요. 유럽 여러 도시에서 만날 수 있고, 그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상쾌한 숨을 선물하고 있답니다.
| | [영국] Clean City Air 영국 사우스 요크셔에서는 ‘Living Wall Unit’이라는 이끼 벽을 설치해, 오염된 도심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초록 벽이,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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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 도시 생태계의 든든한 동반자
물소리처럼 조용하지만, 그 어떤 소란보다도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끼.
이끼가 깃든 정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토양을 보듬고 미세먼지를 걸러내며, 작은 생명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생명의 오아시스’입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앞으로도 이 작은 초록 친구들과 함께 도시 생태의 숨결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올여름, 발밑의 작은 이끼들과 눈을 맞추며 도시 자연과의 연결을 느껴보세요! 이끼는 결코 ‘배경’이 아닙니다. 도시의 숨은 주역, 기후위기 시대의 히어로, 그리고 우리가 함께 가꿔야 할 소중한 생명입니다. 오늘, 발밑의 작은 우주와 눈을 맞추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여러분과 함께 도시의 초록을 지켜나가겠습니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을 만한 정보들 * 본문은 해당 자료를 참고해 작성하였습니다. [한겨레]이끼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박태진, 2010-10-19 [MBC]탄소저감엔 이끼¨”소나무 10그루에 맞먹어”, 문은선, 2024-06-10 [라펜트] 한국형 탄소이끼, 탄소저감·도심폭염 대안, 전지은, 2023-08-10 [뉴스튜브]탄소중립 시대에 이끼정원 바람…시민들 힐링에 탄소 저감까지, 조행만, 2024-08-19 『이끼와 함께 』, 로빈 월 키머러 지음, 하인해 옮김, 눌와, 2020 [경기연구원 연구보고서] 이끼를 활용한 도시 탄소중립 기여 방안, 2024 [Landscape Times] 이끼, 새로운 녹화 가능성 펼치다!, 2011-07-05 [환경과조경] 서울그린트러스트,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로코가든’ 조성 성료, 정승환,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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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서울그린트러스트 2025년 6월 뉴스레터 [☄🌏머나먼 우주에서도 살아남는 OO!] 중 <발밑의 우주, 도시를 숨쉬게 하는 ‘이끼’> 에 수록되는
내용입니다. 한 달의 한 번,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 소식과 함께 국내·외 초록빛 이야기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
| 초록별 지구에 나타난 최초의 ‘육상식물’
초여름의 햇살이 공원 사이로 스며드는 6월, 나무 그늘 아래 조용히 자리한 초록빛 친구를 아시나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땅 위, 나무껍질, 돌 틈새에서 묵묵히 도시의 숨결을 지키는 존재, 바로 ‘이끼’입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로코가든(로레알코리아)’과 비밀정원, 매헌시민의숲의 '록록정원'(록시땅코리아)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이끼.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왜 우리가 정원에 이끼를 심고, 이끼를 통해 도시 자연을 상상하는지, 그리고 이 작은 식물이 기후위기의 시대에 왜 더욱 주목받는지 그 비밀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 지구 최초의 ‘육상 개척자’, 이끼
▶ 이미지: Chat GPT
수억 년 전, 바다 생명체들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 그중 가장 먼저 육지에 발을 디딘 식물이 바로 ‘이끼(Moss)’였습니다. 약 4억 5천만 년 전 등장한 이끼류는 꽃도, 씨앗도, 뿌리도 없이 살아가는 식물의 원형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이끼는 복잡한 관다발 없이도 광합성을 하고, 땅과 공기에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이 조용한 혁명가는 오늘날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으며, 지구 생태계의 숨결을 조율합니다. 특히 이끼는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후센서’, ‘자연의 기록계’로 불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의 건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지표인 셈이죠.
지금도 도시의 공원이나 나무근처, 길가의 틈새에서 살아가는 이 작은 식물은 사실, 오늘날 인류가 땅 위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가장 오래된 ‘생명 기술자’이자 ‘탄소 관리자’입니다.
| 도심 속 작은 우주, 이끼의 생태적 힘
이끼는 토양을 안정시키고, 물을 붙잡아 수분을 유지시킵니다. 이끼는 뿌리 대신 실같은 구조(추가기관)로 바위나 흙, 나무 껍질 등에 부착되어 살아가요. 겉보기엔 연약해 보이지만, 이끼가 빽빽하게 자란 토양은 강한 폭우나 유수에도 쉽게 씻겨 나가지 않고 땅이 마르는 속도도 훨씬 느려요. 이끼가 덮은 지역의 지표 유실률은 최대 50% 가까이 감소하고, 수분 보유력이 증가해 다른 식물 종의 정착률이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이처럼 이끼는 토양 침식을 방지하고, 수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주변 식물들이 자라기 좋은 생육 기반을 마련해주는 생태계의 조력자에요. 이끼는 건조 상태 대비 최대 20배(건조대비)의 수분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도심의 미세기후를 안정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수자원 함양에 기여하죠.
*출처: Glime, J. M. "Bryophyte Ecology", Volume 1.
그리고 다양한 미생물들과 균(菌)류, 곤충들에겐 아주 건강한 거주지이자 서식처가 되기도 해요. 작은 이끼 한 조각 안에는 수십·수백의 미생물과 초소형 곤충들이 공존하며, 생태계 내에서 에너지와 영양분이 교환되는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특히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이끼에는 미세조류와 공생하며 질소고정 작용까지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해요. 이처럼 생태계 순환의 중요한 축으로써 이끼의 존재는 생태계 전체의 복원력과 건강성으로 연결된답니다.
이끼는 지구의 탄소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끼의 잎 표면에는 큐티클층이 없어 대기 중의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공기 정화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특히 이끼가 주로 자라는 ‘이탄지’는 물이 고여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수천 년 동안 쌓여 만들어진 땅으로, 일반 토양보다 10배 이상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탄지의 이끼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유기물 형태로 고정해 오랜 시간 토양 속에 저장하며, ‘인류의 폐’이자 ‘탄소 저장고’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끼는 연간 약 6억 4,300만 톤의 탄소를 토양에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자동차 28억 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처럼 이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핵심적인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Mongabay, 2023.
도시에서도 이끼는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독일에서는 ‘CityTree’라는 이끼 기반 공기정화 장치가 도심 공기질을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기도 해요. 이끼는 작고 조용하지만, 생태계의 연결고리이자 기후위기의 시대에 꼭 필요한 숨은 영웅입니다. 우리가 정원과 공원에 이끼를 심는 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시 안에 작은 생태계를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 도시에서 만나는 이끼 친구들
도시의 길가, 콘크리트 벽, 공원과 숲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이끼들! 대표적인 종류와 특징을 소개합니다.
▲ 솔이끼 공원이나 습지, 그늘진 곳에서 키가 쑥쑥 자라는 솔이끼는, 줄기에 가는 잎이 소나무 가지를 닮아 이름이 붙여졌어요. 토양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지켜주고, 다양한 미생물의 집이 되기도 합니다.
▲ 우산이끼 이름처럼 우산을 닮은 포자체가 참 귀여운 이끼예요. 집 근처나 시냇가, 습기가 많은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답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이끼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 참깃털이끼 연한 녹색빛을 띠고, 촉감이 부드러운 이끼입니다. 벽면녹화나 조경에 많이 쓰이고, 대량으로 키우기도 쉬워서 요즘 도시 녹화의 인기 스타로 떠오르고 있어요.
▲ 은이끼 시멘트길, 보도블럭, 돌담, 아파트 벽면, 지붕 위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잘 자라는 이끼입니다. 잎 가장자리에 하얀 털이 있어 햇볕을 반사하고, 건조한 환경이나 오염된 곳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요. 덕분에 도시의 미세한 기후를 조절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º 미기후 ; 국소지역의 특별한 기후나 지표면으로부터 1.5미터 내의 기후
*출처: 국립생물지원관 - 한반도의 생물다양성(https://species.nibr.go.kr/index.do)
| 이끼를 집으로 삼는 생명들!
이끼는 도시 환경에서 작은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하고, 먹이사슬과 영양 순환, 생물 다양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다양한 생물들에게 은식처와 먹이, 산란처를 제공하고 도시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높입니다.
도시의 작은 틈새, 그늘진 벽, 나무 밑동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끼 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끼는 그 자체로 작은 숲이자, 수많은 생명에게 소중한 집이 되어줍니다. 먼저, 이끼 사이사이에는 작은 곤충들이 숨어 있습니다. 진드기, 깍지벌레, 작은 파리, 나방 애벌레 같은 친구들은 이끼의 촉촉함과 그늘을 좋아해서, 알을 낳거나 몸을 숨기기에 딱 좋은 곳으로 이끼를 택하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지렁이나 달팽이, 작은 거미, 선충 등 무척추동물들도 이끼 군락에서 발견됩니다. 이들은 이끼가 만들어주는 촉촉한 환경 덕분에 도시 한복판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어요. 이끼 표면과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계도 펼쳐집니다.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 다양한 미생물들이 이끼가 머금고 있는 수분과 영양분을 이용해 번성합니다. 이끼는 이 미생물들에게 꼭 필요한 미세한 환경을 제공해주죠.
또한, 이끼가 쌓여 만들어내는 부식토 위에는 다른 작은 식물이나 지의류(조류와 균류가 함께 사는 생명체)도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끼는 이 친구들이 정착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를 마련해주는 셈이죠. 이끼 군락이 충분히 크면, 그 위를 지나는 개미나 작은 곤충을 먹이로 삼는 새들이 잠시 머물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끼는 도심 속에서 다양한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도시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높여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 도심 속 이끼의 새로운 가능성의 사례
도시의 딱딱한 콘크리트 틈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끼는 조용히, 그러나 강인하게 초록 생명을 피워냅니다. 이 작은 식물은 이제 단순히 자연의 일부를 넘어, 도시를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이끼를 활용한 다양한 도시 녹화 프로젝트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끼는 공간이 좁고 복잡한 도심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공기를 맑게 하며, 우리에게 심리적 위안까지 선물해줍니다.
‘Moss Concrete’(이끼 콘크리트)
네덜란드의 Respyre社 에서는 ‘Moss Concrete’라는 친환경 건축 소재를 개발했어요. 건물 외벽이나 공공시설에 이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설계해,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시의 열섬현상까지 완화합니다. 이끼가 자라며 작은 곤충들의 집이 되어, 도시 생물다양성도 함께 키워가고 있죠.
ⓒtoronto gardens
아이슬란드의 수도 중심부에 있는 레이캬비크 시청은 아이슬란드의 대표 자연경관인 이끼가 덮인 용암지대를 모티브로 한 이끼 조경 벽이 설치되어 있어요. 다공성 화산암으로 만들어진 벽 위에 다양한 종류의 이끼가 이식되어 있어서 시각적 흥미와 더불어 아이슬란드 도시의 정체성과 자연환 경을 동시에 기념하여 조경적인 측면과 더불어 자연생태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로코가든 프로젝트
우리나라 서울에도 이끼정원이 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만든 ‘로코가든’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는 공간이에요. 관리가 쉽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톡톡히 내고 있답니다.
[인천] 그린플러스 프로젝트
인천광역시에도 이끼가 활약 중입니다. ‘그린플러스 프로젝트’에서는 옥상 유휴 공간을 활용해 이끼 농장을 만들고, 모스월과 홈가드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덕분에 대기오염을 줄이고,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우뚝 선 초록 벽, 바로 ‘City Tree’입니다. 독일의 Green City Solutions에서 개발한 이 수직형 이끼정원은, 단 9㎡의 이끼 패널만으로도 81그루의 나무와 맞먹는 공기정화 효과를 낸다고 해요. 유럽 여러 도시에서 만날 수 있고, 그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상쾌한 숨을 선물하고 있답니다.
[영국] Clean City Air
영국 사우스 요크셔에서는 ‘Living Wall Unit’이라는 이끼 벽을 설치해, 오염된 도심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초록 벽이,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고 있어요.
| 이끼, 도시 생태계의 든든한 동반자
물소리처럼 조용하지만, 그 어떤 소란보다도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끼.
이끼가 깃든 정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토양을 보듬고 미세먼지를 걸러내며, 작은 생명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생명의 오아시스’입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앞으로도 이 작은 초록 친구들과 함께 도시 생태의 숨결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올여름, 발밑의 작은 이끼들과 눈을 맞추며 도시 자연과의 연결을 느껴보세요! 이끼는 결코 ‘배경’이 아닙니다. 도시의 숨은 주역, 기후위기 시대의 히어로, 그리고 우리가 함께 가꿔야 할 소중한 생명입니다. 오늘, 발밑의 작은 우주와 눈을 맞추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여러분과 함께 도시의 초록을 지켜나가겠습니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을 만한 정보들 * 본문은 해당 자료를 참고해 작성하였습니다.
[한겨레]이끼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박태진, 2010-10-19
[MBC]탄소저감엔 이끼¨”소나무 10그루에 맞먹어”, 문은선, 2024-06-10
[라펜트] 한국형 탄소이끼, 탄소저감·도심폭염 대안, 전지은, 2023-08-10
[뉴스튜브]탄소중립 시대에 이끼정원 바람…시민들 힐링에 탄소 저감까지, 조행만, 2024-08-19
『이끼와 함께 』, 로빈 월 키머러 지음, 하인해 옮김, 눌와, 2020
[경기연구원 연구보고서] 이끼를 활용한 도시 탄소중립 기여 방안, 2024
[Landscape Times] 이끼, 새로운 녹화 가능성 펼치다!, 2011-07-05
[환경과조경] 서울그린트러스트,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로코가든’ 조성 성료, 정승환, 2025-05-22
※ 본 내용은 서울그린트러스트 2025년 6월 뉴스레터 [☄🌏머나먼 우주에서도 살아남는 OO!] 중 <발밑의 우주, 도시를 숨쉬게 하는 ‘이끼’> 에 수록되는
내용입니다. 한 달의 한 번,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 소식과 함께 국내·외 초록빛 이야기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