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야기]오스틴에서 만난 도시공원의 내일, 〈Greater & Greener 2026〉 탐방기

202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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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 이지영(선임), 임혜란, 이선영, 이상림 서울그린트러스트 코디네이터


 Chapter 1. 공원으로 연결된 도시

오스틴에 도착한 첫날,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콜로라도강 레이디버드 호수 위에 폭 안겨 있는 콩그레스 브릿지(Congress Avenue Bridge)였습니다.
이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심 박쥐 서식지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곳인데요. 해가 지고 어스름이 깔릴 때면 수많은 박쥐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경이로운 장면을 선물해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마음 깊이 기대했던 그 거대한 장관을 직접 마주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다리를 사뿐사뿐 건너던 중, 다리 아래 어두운 틈새 사이로 조용히 날갯짓하는 박쥐들의 작은 실루엣을 조심스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선명하게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마음에 더 애틋하고 깊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더 선물 같다는 사실을 속삭여 주는 듯한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레이디버드 호수 주변이 품은 다정한 풍경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잔잔한 호숫가에서는 카약과 패들보드를 유유히 즐기는 다정한 이웃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온종일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자연은 멀리 찾아가야 하는 특별한 목적지가 아니라, 그저 숨 쉬듯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누리는 다정한 풍경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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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가 열렸던 장소까지 매일 걸어 다니며 보았던 풍경 가운데, 눈길이 가장 오래 머문 것은 다름 아닌  가로수였습니다. 인도를 따라 든든하게 늘어선 나무들은 가지치기를 최소화한 채, 저마다 본래의 아름다운 수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나무가 정성스레 만들어 준 커다란 그늘을 따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특히 텍사스의 든든하고 강렬한 햇볕 아래서 가로수들이 주는 고마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늘을 향해 울창하게 펼쳐진 초록빛 수관은 도심의 뜨거운 열기를 다정하게 식혀주고, 보행자들에게 시원한 숨통을 열어주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포근한 초록 캐노피처럼 연결해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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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생태계도 흥미로웠습니다. 숙소와 컨퍼런스장이 위치한 도심 한복판에서는 다양한 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청설모 역시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공원이 아닌 일반 가로수 주변에서도 청설모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은 도시 곳곳이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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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주변 공간 설계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무 주변에 충분한 생육 공간을 확보하고, 포장면과 높이 차를 두어 빗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조성한 구간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뿌리가 성장하더라도 보도블록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적고, 빗물은 토양으로 스며들며, 곤충과 작은 생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오스틴의 자연은 특정 공원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가로수와 수변 공간,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처럼 연결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 풍경 속에서 공원이 도시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숙소와 컨퍼런스장을 오가며 만난 풍경들은
공원이 특정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호숫가와 산책로, 가로수와 작은 생물들이 하나의 연결된 풍경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우리가 오스틴에서 마주하게 될 더 많은 이야기들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Chapter 2.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오스틴 방문 이틀 차에는 시내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이디버드 존슨 야생화 센터(Lady Bird Johnson Wildflower Center)를 찾았습니다. 컨퍼런스 참가만큼이나 기대했던 장소였던 이곳은 텍사스 자생식물의 보전과 연구, 교육을 위해 설립된 뜻깊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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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 들어선 순간, 활동가들은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해서라기보다는 공간 전체가 주는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는 <ICE AGE>를 주제로 한 전시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공룡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조형물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딘가 인위적으로 꾸며진 느낌보다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식물원이나 정원센터는 흔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식물을 촘촘하게 심고 정돈된 경관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달랐습니다. 비워둘 곳은 비워두고, 식물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자연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기보다 자연이 살아가는 공간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활동가들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꽃가루매개 정원(Pollinator Garden)이었습니다.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비밀정원(Bee-Meal)' 캠페인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정원 조성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수분매개자를 위한 공간이 

어떻게 조성되고 관리되는지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원 곳곳에서는 벌과 나비, 새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식물마다 어떤 생물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운 좋게 미국을 대표하는 조류 중 하나인 북부홍관조(Cardinal)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선명한 붉은 깃털을 가진 새가 정원을 유유히 오가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단순히 사람을 위한 정원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서식지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텍사스 자생종을 보전하고 확산하는 노력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텍사스를 상징하는 야생화인 블루보넷(Bluebonnet)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한때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자생종을 연구하고, 시민들이 다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은 단순히 꽃을 심는 일을 넘어 지역의 자연과 기억을 지켜가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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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씨앗 상품 하나를 판매하더라도 '나비가 좋아하는 식물', '벌새가 좋아하는 식물', '박쥐가 좋아하는 식물', '벌이 좋아하는 식물'처럼
각각의 생물과 연결해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기념품 하나에도 이야기를 담아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생태계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방식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의외로 화려한 전시물이 아니라 초지 곳곳에 설치된 작은 프레임 구조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안내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휴대전화를 일정한 위치에 거치해 같은 방향을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든 모니터링 장치였습니다. 같은 장소를 꾸준히 기록하며 계절에 따른 식생의 변화와 생태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정원을 조성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와 모니터링이라고 생각해 온 만큼, 이 장치는 활동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조성하거나 관리하는 정원에도 이런 장치를 도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식물의 성장과 변화를 기록하고 관찰하는 또 다른 참여 방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890adcf3a87d.png오스틴의 자연을 만나는 경험은 와일드플라워 센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시를 대표하는 공원인 질커 공원(Zilker Metropolitan Park)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카약을 타고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수변 생태계를 살펴보거나, 공원을 가로지르는 미니 기차에 올라 공원 곳곳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공원을 즐겼는데요.
넓은 공원을 모두 걸어서 살펴보기는 쉽지 않았지만, 자연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바톤 스프링스 풀(Barton Springs Pool) 주변 풍경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계곡처럼 맑은 샘물이 흐르는 천연 수영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책을 읽거나 요가를 하거나 잔디밭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비치발리볼을 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공원은 거대한 여가 공간처럼 활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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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그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자연을 전시해 놓고 감상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자연을 존중하며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야생화 센터와 질커 공원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얼마나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가보다, 자연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만들어주고 있는가를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오스틴의 정원과 공원은 그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Chapter 3. 공원을 만드는 사람들

<Greater & Greener 2026> 참가 프로그램 가운데 활동가들이 가장 기대했던 일정 중 하나는 '자원봉사의 날(Volunteer Service Day)'이었습니다.

사실 전날 밤에는 오스틴 외곽 공원에서 별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자정을 훌쩍 넘겨 숙소로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봉사활동 장소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모두가 피곤한 상태였지만 발걸음이 가벼웠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역시 시민들과 함께 공원을 가꾸는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시민참여를 만들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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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① 서울그린트러스트, ②~④ Brio Photography


우리가 찾은 곳은 오스틴 동부에 위치한 체스트넛 포켓파크(Chestnut Pocket Park)였습니다. 약 4,000명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소규모 근린공원으로, 놀이터와 정자, 물놀이 공간 등을 갖춘 지역 커뮤니티의 소중한 쉼터였는데요. 이날 봉사활동에는 약 40여 명의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함께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컨퍼런스의 주최기관인 시티파크얼라이언스(City Parks Alliance)의 사무국장 캐서린이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먼 한국에서 온 서울그린트러스트 활동가들을 직접 소개해주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다른 참가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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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일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공원 내 나무 주변에 멀칭을 하는 작업, 정자 시설물의 오래된 부속품을 교체하는 작업, 그리고 어린이 놀이터 시설을 정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한 팀은 나무 주변에 멀칭재를 덮으며 토양을 보호하는 작업을 맡았고, 다른 팀은 놀이터 시설을 정비했습니다. 특히 미끄럼틀에 남아 있던 스티로폼 자국을 아세톤으로 하나하나 닦아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잘 지워지지 않아 여러 번 같은 자리를 문질러야 했고, 더운 날씨에 미끄럼틀 위를 오르내리며 작업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모두가 끝까지 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팀은 나무 둘레에 2~3인치 정도 두께로 멀칭재를 덮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 정도 두께로 멀칭재를 덮어주면 토양의 수분을 유지하고 식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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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rio Photography


활동 중 흥미로웠던 것은 멀칭재의 출처였습니다. 오스틴 시내에서 발생한 나무 부산물을 별도의 첨가물 없이 잘게 파쇄해 만든 재료라고 했습니다. 도시에서 나온 자원을 다시 도시의 나무를 돌보는 데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복잡한 기술이나 거창한 설비가 아니라도 자원의 순환이 일상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봉사활동 그 자체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현장의 분위기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공원을 찾은 지역 주민들이 봉사활동 현장을 자연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주최 측은 봉사자들에게 제공한 장갑이나 도구 가운데 여분이 있으면 주민들에게도 건네며 함께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장갑을 받아들고 멀칭재를 함께 옮기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나무 주변에 멀칭재를 뿌리며 작업에 동참했습니다. 처음부터 신청한 사람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그날 공원을 찾은 누구라도 관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봉사활동이 특별한 행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만 진행되는 이벤트'라기보다 원래부터 지역 주민들이 공원을 돌보고 가꾸는 과정의 일부처럼 보였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과 공원을 가꾸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고, 참여의 문턱도 매우 낮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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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활동 완료 후 Chestnut Park 모습  ⓒsunyoung/SGT


우리가 사는 지역의 공원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에 누구나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경험. 그것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활동가들에게도 큰 인사이트를 남긴 시간이었습니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꼭 거창하거나 특별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현장을 찾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공원을 가꾸는 일에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뒤 공원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에도 이날의 경험이 자주 떠오를 것 같습니다. 참여자를 모집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찾은 누구나 공원을 가꾸는 일에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더 고민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또 하나 즐거웠던 점은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미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한국에서 온 참가자는 우리 뿐이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며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공원을 가꾼다는 공통의 관심사 덕분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금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봉사활동이 끝날 무렵에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었습니다.

0fa49ce7ed662.jpeg 공원을 만드는 사람은 전문가만이 아니었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도 도시공원을 지탱하는 중요한 주체였습니다. 그리고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시민참여 역시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Brio Photography




Chapter 4. 공원을 지탱하는 시스템

오스틴에서 며칠을 보내며 만난 공원들은 참 좋아 보였습니다. 가로수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시민들은 공원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도시 곳곳에는 그늘이 있었고, 자연은 일상 가까이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이 풍경들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걸까?'

나무는 심는 것보다 관리하는 일이 더 어렵고, 공원은 만드는 것보다 오래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습니다. 시민들이 누리는 그늘과 녹색 공간 뒤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수많은 노력과 투자, 그리고 정책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공원 조성 사례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 회복력, 그린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세션들을 유심히 찾아 들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역시 그린비전 2040 「도시를 살리는 가까운 숲, 풍성한 숲」을 바탕으로 생활권 그린인프라를 확대하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녹색 공간을 만드는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외 도시들은 어떤 방식으로 도시의 녹색 기반을 유지하고 있을지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주목했던 네 개의 세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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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ssion ①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동네 만들기: 시민 참여와 데이터 기반의 폭염 대응 및 지역사회 회복력 강화 

Climate Ready Neighborhoods: A Grassroots & Data Driven Approach to Extreme Heat Mitigation and Community Resilience

첫 번째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폭염 대응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사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발표를 들을수록 그보다 훨씬 복합적인 접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행정 내부의 협력이었습니다. 주택, 공원, 지속가능성, 교통 등 여러 부서가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폭염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시민 참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행정이 먼저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폭염 대응은 단순한 식재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위성 열 데이터와 사회·경제적 데이터를 결합해 '열 취약성 지도'를 만들고, 실제로 더 덥고 취약한 지역에 가로수 식재, 그늘막 설치, 차열 포장, 단열 개선 사업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더 필요한 곳에 더 집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청년'의 역할이 단연 눈에 띄었는데요. 지역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며 나무 관리와 수자원 교육을 진행하고, 이들이 직접 지역을 찾아가 나무 심기 신청을 받고 관리까지 이어가는 구조였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 일자리, 공동체 회복을 하나의 사업 안에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기후위기 대응은 '식재'보다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 부서 간 협력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지속가능한 그린인프라를 만든다.

  • 사람을 키우는 일이 결국 숲을 오래 유지하는 힘이 된다.



| Session ② 교통과 공원을 잇다: 접근성을 높이고 새로운 녹지를 만드는 전략 

 Integrating Transit Facilities with Parks for Better Access and New Green Space

또 다른 세션에서는 교통과 공원을 연결하는 사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통 교통시설은 이동을 위한 공간으로, 공원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구분해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발표자들은 그 둘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용률이 낮아진 환승주차장은 공원과 운동 공간으로 바뀌고 있었고, 철도역 주변은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머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통근을 위한 교통 거점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커뮤니티 거점으로."

발표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서울의 여러 공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고가도로 아래, 철도 주변, 교통섬, 환승센터 인근처럼 지금은 그저 지나가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곳들 말입니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곳들 역시 녹색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새로운 공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도시의 유휴공간도 새로운 공원이 될 수 있다.

  • 공원은 목적지가 아니라 도시를 연결하는 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

  • '지나가는 공간'을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 Session ③ 젠트리피케이션 시대, 공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Parks' Roles in Responding to Gentrifying Communities

<Parks' Roles in Responding to Gentrifying Communities>에서는 공원이 누구를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보타이 부지 프로젝트와 샌프란시스코 인디아 베이슨 해안공원 프로젝트는 과거 산업시설로 오염된 브라운필드를 생태공원으로 복원한 사례였습니다. 그러나 발표의 핵심은 공원을 조성하는 기술이 아니라, 공원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에 있었습니다.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공원이 조성되면 지역 환경은 개선되지만, 동시에 집값이 오르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녹색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두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평성 개발 계획(Equity Development Plan)을 수립하고, 지역 주민의 역사와 기억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었으며, 공원 조성 과정이 지역 주민의 일자리와 연결되도록 설계했습니다. 공원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원의 혜택이 기존 주민에게도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함께 고민한 사례였습니다.

  • 좋은 공원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 주민의 기억과 삶을 담는 과정이 공원의 지속가능성을 만든다.

  • 공원은 녹지를 넘어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는 공공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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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세션을 들으며 공원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나무나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제도, 그리고 협력의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 Session ④  생명선으로서의 공원: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사회 회복력을 위한 글로벌 전략 

Parks as Lifelines: Global Strategies for Climate Resilience and Community Preparedness

이번 컨퍼런스에서 이 세션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조경진 이사장이 발표자로 참여해 서울의 사례를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세션에서는 캐나다, 미국, 중남미, 한국 등 다양한 도시의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발표자들은 공원을 단순한 녹지공간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도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시설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폭염과 홍수,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응하는 공간인 동시에, 시민이 연결되고 배움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기반시설이라는 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공원은 도시의 허파가 아니라 면역체계에 가깝다."라는 표현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의 순간 도시를 지탱하는 존재라는 의미였습니다.

조경진 이사장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시민과 함께 만들어 온 공원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조성된 서울숲의 경험을 비롯해 기업·시민·행정이 함께 만들어 온 공원 거버넌스, 생물다양성 증진 정원과 비밀정원(Bee-Meal)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이 공유되었습니다. 특히 작은 규모의 정원이라도 토양과 식생을 개선하고, 수분매개곤충과 조류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시도들은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발표 이후에는 여러 도시의 실무자들이 질문을 이어가며 서울의 경험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공원은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는 세계 여러 도시가 함께 고민하는 공통의 과제다.

  • 서울에서 축적해 온 경험 역시 국제사회와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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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에서 다양한 도시의 사례를 들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서울그린트러스트가 걸어온 길 역시 결코 작은 실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공원을 가꾸고,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며, 기업과 시민, 행정이 함께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온 경험은
서울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만들어 가고 있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정답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도시들이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울의 경험 또한 하나의 사례로 함께 나누며,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공원과 도시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시원한 그늘 아래를 걷고, 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눈에 잘 띕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사람들과 제도, 그리고 긴 시간의 노력이 존재합니다.

오스틴에서 만난 여러 도시의 사례들은 결국 하나의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좋은 공원은 멋진 시설보다, 그 공간을 오래 지탱하는 시스템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서울그린트러스트 역시 도시를 살리는 가까운 숲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기반을 시민들과 함께 차근차근 가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Chapter 5. 사람들이 공원으로 모이는 이유

오스틴에서 만난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공원이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컨퍼런스 기간 동안 참여했던 프로그램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프로그램과 도시를 달리는 자전거 투어였습니다.
하나는 밤의 공원을 경험하는 시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도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었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공원이 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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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young , jiyoung, sanglim / SGT

가장 특별했던 경험 중 하나는 오스틴 외곽 밀턴 라이머스 랜치 공원(Milton Reimers Ranch Park)에서 진행된 별 관측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뒤에야 시작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체관측 프로그램과는 조금 달랐어요.
이곳에서는 별이나 행성에 관한 얘기만 한건 아니었거든요.

먼저 참가자들은 왜 이 공원이 국제밤하늘보호공원(Dark Sky Park)로 지정되었는지, 그리고 인공조명이 야생동물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도시의 불빛이 밤하늘을 흐리게 만드는 '스카이 글로우(Sky Glow)' 현상부터 빛공해가 곤충과 새, 야행성 동물의 생태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어둠도 보호해야 할 환경자산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공원을 이야기할 때 나무와 꽃, 새와 곤충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서는 밤하늘과 어둠 역시 공원이 지켜야 할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천체관측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외선 조명을 들고 전갈이나 야행성 생물을 찾아보기도 하고,
밤에 활동하는 수분매개곤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낮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별 관측 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시민과학 프로그램인 'Globe at Night'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직접 밤하늘 밝기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설명을 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환경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돌아보면 이날 프로그램은 별을 보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생물다양성과 빛공해를 배우는 시간이었고, 시민과학에 참여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과학, 교육과 문화가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프로그램들도 떠올랐습니다. 밤의 공원을 무대로 한 생태탐사나 별자리 관찰, 야간 사운드 워킹, 야행성 곤충 관찰과
같은 프로그램들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원의 시간은 낮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LadyBird 호수를 따라 진행된 자전거 투어였습니다. 처음에는 빗물정원과 수변 녹색인프라를 둘러보는 답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달리며 만난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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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① ~ ③,⑤ Brio Photography, ④sanglim/SGT

답사를 하는 동안 많이 들었던 단어는 '연결'이었습니다. 트레일은 단순한 산책로나 운동시설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로 오스틴의 수변 트레일은 공원과 공원, 하천과 도시, 사람과 자연을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이용자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 트레일 거점 공간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설계팀은 먼저 타임랩스 카메라를 설치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공간을 이용하는지를 관찰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어디로 걷는지, 어디에서 머무는지,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를 오랜 시간 기록한 뒤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전문가가 동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미 만들어낸 흐름을 읽어내고 그 흐름을 존중하는 방식
이었습니다.

우리가 공원을 조성하거나 개선할 때도 종종 떠올려볼 만한 접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답사 과정에서는 다양한 빗물정원과 침투시설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하부와 같은 공간에는 집중호우와 유출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이 적용되어 있었고, 식물들은 단순히 경관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빗물을 저장하고 침식을 막으며 생태계를 회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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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young , sanglim / SGT

그 모습은 녹지가 단지 '예쁜 공간'이 아니라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모든 시설보다도 트레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변에 앉아 쉬는 사람, 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 공원은 단순히 자연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도시와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장소처럼 보였습니다.

오스틴에서 경험한 여러 프로그램은 공원의 역할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공원은 나무를 심고 녹지를 늘리는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을 바라보게 하고, 생태계를 이해하게 하고, 물의 흐름을 배우게 하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원으로 모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원은 단순히 녹지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연을 배우고 경험하며 관계를 맺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pilogue. 우리가 가져온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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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eran , sanglim / SGT

<Greater & Greener 2026>를 통해 오스틴을 방문한 시간은 서울그린트러스트 활동가들에게 무척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오스틴은 우리에게 익숙한 관광도시는 아니지만, 며칠 동안 이 도시를 걸으며, 공원을 방문하고,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오스틴을 공원과 녹지, 생태와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라고 이야기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도시 한복판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일과 호수, 건강하게 자란 가로수들, 시민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공원 문화, 그리고 자연을 단순히 보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태도까지. 우리는 오스틴에서 완벽한 답을 찾았다기보다, 더 좋은 질문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공원은 어디까지 도시와 연결될 수 있을까. 야생은 도시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왜 공원으로 모일까.
그리고 기후위기의 시대에 도시는 어떤 녹색 인프라를 만들어가야 할까. 이번 컨퍼런스와 현장 방문을 통해 만난 다양한 사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 질문에 답하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도시의 공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공원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오스틴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들은 앞으로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만들어갈 활동 속에서도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오스틴에서 만난 사례들을 이곳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을 거에요.
도시의 환경도, 제도도, 문화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시민과 함께 공원을 가꾸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인프라를 확장해야한다는
방향성 만큼은 전세계 어디나 동일합니다.
 오스틴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얻어온 소중한 인사이트와 질문들을 이정표 삼아, 서울그린트러스트는 공원에서 정성스럽게 우리들의 답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도시공원의 과거와 현재를 지나, 더 푸른 미래를 열어갈 발걸음에 앞으로도 많은 참여와 관심,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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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① Brio Photography, ②~③ sanglim, sunyoung /sgt

066a6b1941192.png컨퍼런스가 열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모여드는 혁신의 도시인 동시에, 텍사스 특유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도심을 누비는 첨단 기술과 자연, 도시와 생태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오스틴만의 매력이자, 앞으로 도시가 지향해야 할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공원 전문가들의 발표는 기후변화 시대 도시공원이 마주한 과제와 해법을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점점 더 빈번해지는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공원을 어떻게 설계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전략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오스틴은 급격한 도시 성장과 함께 폭염, 가뭄, 돌발성 홍수(Flash Flood) 등 극한 기후의 영향을 자주 받는 도시입니다. 실제로 출장 기간 중에도 갑작스러운 폭우 예보로 홍수 관련 재난 문자가 발송되고, 야외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상황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을 반영해 오스틴은 빗물을 흡수하는 녹지와 생태적 배수 시스템을 확대하고, 그늘을 만드는 수목 식재와 토착식물 활용 등을 통해 기후 적응형 도시공원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오스틴뿐 아니라 미국 여러 도시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방향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도시공원을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도시 인프라로 바라보고, 그 역할을 더욱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또한, 레이디 버드 존슨 야생화센터(Lady Bird Johnson Wildflower Center)에서 만난 텍사스 프레리(초원) 보전 활동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초지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들이 아름다운 초원의 가치를 직접 경험하도록 돕는 것은 물론, 집에서도 토착식물을 심어볼 수 있도록 씨앗 키트를 제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창한 환경운동보다 내 앞마당에서부터 보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야말로 자연을 지키는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번 컨퍼런스는 도시공원의 미래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고, 이번 경험이 앞으로 우리의 도시와 현장에도 이러한 고민과 실천을 조금씩 담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62f7d7fb2c327.png설렘만큼이나 걱정도 컸던 오스틴행이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언어의 장벽이었지만, 사실 제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홍보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활동가로서, 오스틴에서 마주한 컨퍼런스와 활동가들의 경험을 어떻게 하면 독자분들께 쉽고도 흥미롭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동료 활동가들이 관심 가질 만한 세션을 찾아 듣고, 현장에서 논의되는 사례들을 최대한 이해해 돌아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도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기대만큼 걱정도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오스틴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100%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시간들이 앞으로 서울그린트러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나가는 데 큰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머나먼 미국 땅에서 만난 수많은 도시공원가들의 따뜻한 환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상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Greater & Greener in 서울>이 열린다면 어떨까 하고요. 세계 곳곳의 도시 공원가들이 서울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우리가 만들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아직은 작은 꿈이지만, 언젠가 꼭 현실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2be2416bafdd5.png미국의 공원은 문화와 환경 면에서 우리의 공원과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반려견 문화가 잘 형성된 만큼 도크파크(Dog park)와 목줄 없이 뛰놀 수 있는 오프리쉬(Off-leash) 구역이 잘 조성되어 있는 환경과, 자연과 어우러진 야외수영장 및 트레일 코스에서 야외활동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또한 크고 작은 공원들이 휴식과 산책의 공간을 넘어 다양한 교류와 커뮤니티 활동, 행사의 무대가 된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오스틴 시내의 여러 공원에서 봉사활동과 투어, 자연관측 등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이를 기획한 현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조경진 이사장님의 서울그린트러스트 활동 사례 발표 이후에는 현지 활동가들의 관심과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니터링 체계 구축, 지속가능한 공원 프로그램 운영, 안정적인 예산 확보, 정책과의 연계 등 현장의 고민은 유사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국경과 문화를 넘어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서울을 더 크고(Greater) 더 푸르게(Greener) 만들어 갈 시각과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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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전 저의 가장 큰 목표는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일정으로 방문한 와일드플라워 센터에서 받은 에너지는 그 이후의 모든 일정을 즐겁게 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공원 놀이터 정비 봉사활동에 참여했을 때, 봉사자와 진행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가 진행하는 시민참여 프로그램과 봉사활동을 떠올렸고, 앞으로의 활동에 적용해볼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출장은 이사장님을 비롯해 함께한 네 명의 동료가 있어 더욱 든든했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해내면서도 서로를 자연스럽게 채워주는 모습 덕분에 낯선 환경에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신 이사장님과 일정을 함께해주신 동료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활동가 프로필 사진출처: Brio Photography



※ 본 내용은 서울그린트러스트 2026년 6월 뉴스레터 ‘초록이 주는 힘은 위대하니까! 中 도시공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찾아서’에 수록되는 내용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 서울그린트러스트의 활동소식과 함께 국내·외 초록 이야기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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