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도시혁명] 그린아카이브 2020 展 ‘개포동, 그곳’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나무들, 개포동 그곳

80년대 지어진 개포주공1단지는 5,040세대수의 대단지로 많은 사람들뿐 아니라 약 39개 수종, 6만 그루의 이상의 나무가 함께 자라왔다. 재건축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지만 40년 이상 자란 나무들은 거의 다 폐목 처리된다. 이식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새로 지어질 아파트 환경에는 거목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논리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재건축 관계자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될 수밖에 없던 나무는 앞으로도 재건축이 될 때마다 계속해서 뿌리 뽑혀야만 할까?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 온라인에 ‘개포동 그곳’ 이라는 계정을 만들어 재건축 단지에서 사라져가는 나무를 1년 동안 기록한 사진을 공유했다. 계정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나무가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재건축되기 전, 사람들을 다시 그곳에 오게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공간과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기획 및 작가 : 이성민
전시 디자인 : 유은혜

개포동 그곳, 나무가 씨앗이 되기까지

이성민 감독과 함께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는 나무들을 돌아보는 시간

작가 인터뷰

Q1. 이번 전시회를 통해 프로젝트 초기부터 최근 작품까지 골고루 소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아카이브 형태의 전시회인데, 개최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야기의 끝을 알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단지의 수만 그루의 나무들이 사라지고도 8개월을 더 살았던 나무 22그루들이 베어질 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던 생각이었습니다.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는 재건축되기 전 개포주공아파트에서 공간과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는 작업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으나 온라인을 통해 2년 동안 진행 과정을 공유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나무를 보존하는 방법까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열람을 통해 재건축 단지 내 공원이 들어설 자리를 알고, 참가자들의 의견과 온라인 서명을 모아 강남구청과 조합에 전달하여
공원 예정부지 인근에 해당하는 나무 보존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단지 내 나무들이 모두 벌목된 이후에도 공원 예정부지 인근에 있던 나무들은 계속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는데요. 8개월 뒤인 2019년 12월, 경계 측량 결과 공원 예정지 경계로부터 1미터 내외로 벗어나 있고 도로가 공원을 지나가게 된다는 이유로 결국 베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마지막까지 방법을 모색해 보았으나 이를 해결하기엔 시기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될 것을 알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마지막 22그루의 나무들마저 모두 베어질 때는 안타까움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마지막 사라짐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아 나무들이 베어 지기 전 사람들과 함께 동네와 나무들을 기념하는 자리를 가졌고, 서울 그린트러스트의 도움을 받아 벌목된 나무의 일부를 서울 숲으로 옮기어 ‘겨울 정원’의 통나무 다리와 곤충 호텔로 조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지난 10월 서울 숲에서 열린 그린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재건축으로 사라져간 개포동 나무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는데요. 겨울정원에서는 개포주공아파트 살았던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장소에서 찍은 사진과 사람들이 떠난 뒤 나무들의 시간을 기록한 사진을 전시하고 커뮤니티센터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작한 영상과 설치작품을 소개하였습니다. 나무들이 베어질 때 구해내어 오랫동안 다른 곳에 보관해 두었던 나무 그루터기도 겨울 정원에 있는 나무들 곁으로 가져와 전시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던 나무 22그루는 안타깝게도 베어지게 되었지만, 전시를 통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전하며 나무들이 그냥 베어지고 만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으로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음을 알리고 마지막까지 살아있었던 나무 22그루를 기념하며, 많은 이들에게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나무’가 아닌, 분명히 그곳에 ‘존재했던 나무’ 들로 기억되고 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상실과 회복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나무들처럼 우리도 상실과 회복이라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에 마지막은 다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잠들 것을 알면서도 다시 깨어나고, 죽을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는 일들처럼 이야기의 끝을 알고도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Q2. 개포동 지역사회 풍경과 공동체의 사회적 염원으로 발전한 작가의 작품 세계가 흥미롭습니다.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도시의 나무에 대한 생각이나 접근하는 개인적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을까요?

“나무의 모습을 보면 잃어버린 기억이 터져 나온다. 나무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그 나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내가 나무를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무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자랐고, 어떨 때 기쁘고 행복했고, 또 어느 날 슬펐는지,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도 나무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무들과 우리가 오랜 세월 동안 같이 커가는 거잖아요.”
– 2017년 카카오스토리 개포동 그곳

온라인에 <개포동 그곳>이라는 계정을 만들어 개포주공 단지의 풍경과 나무를 기록한 사진을 올렸을 때 사람들이 남겨준 댓글입니다. 다시 찾아간 동네에서, 그리고 ‘개포동 나무산책’을 진행하며 우리 곁엔 언제나 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던 집 창문 밖으로 바라보던 나무. 매일 등하교하고, 출퇴근하는 길에 만났던 나무. 학교에 다니고, 첫 데이트를 하고, 첫 출근을 하던 날, 그리고 내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누군가를 기다리고, 함께 걷고, 배웅하던 길 위, 그립고, 슬프고, 행복했던 우리의 기억과 함께 자라온 나무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게 되었을 때 우리가 뽑는 것은 나무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라지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 위해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은 그 자체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일지라도 과정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보거나,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길의 시작을 보여 주었습니다. 기록을 통해 생겨난 일들이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만들어주었기에, 프로젝트를 마치며 마음속에 ‘눈’ 하나를 간직한 기분이 듭니다.
아직 그것을 꽃피우진 못했지만 돌이켜보았을 때 모든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다시 가볼 수 있었고, 함께 기록할 수 있어서, 그리고 긴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Q3. 이번 전시회에서 도슨트도 직접 진행했습니다.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 기획자로서 개포동 주민이 아닌 다른 지역사회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슨트는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전시장에서 어린아이가 써놓은 글을 보았습니다.
“나무야 미안해….. 다음엔 꼭 나무로 태어나렴.”
나무가 나무로서의 생을 살고자 하는 마땅한 권리를 우리는 너무 쉽고 당연하게 빼앗고 있진 않았을까?

전시장에 온 개포동 주민뿐 아니라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분들이 ‘개포동 그곳’의 이야기에 관심 가져 주시며, 개포동 나무를 통해 각자 본인들의 동네에 살고 있는 나무들을 떠올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고, 기대에 찬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Q4. 마지막으로,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의 시작과 마지막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여 2021년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마지막까지 겪어 내는 과정들을 통해 나무 보존에 대한 논의 시기 및 기술 방안 등 앞으로 해 볼 여러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이를 전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고 싶습니다.  비록 우리의 고향은 사라지고 나무들이 그 자리 그대로 보존되진 못했지만, 서울 숲 공원을 찾았을 때 남아있는 나무의 흔적을 통해 많은 분의 기억 속에서 다시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