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도시혁명] 그린아카이브 2020 展 ‘DMZ 철원, 소이산 풍경 케비넷’

DMZ 철원, 소이산 풍경 케비넷

DMZ는 국토의 깊은 상처이다. 오랜 분단의 상흔은 DMZ 곳곳에 스며 있고, 분단은 우리의 삶과 의식을 규정한다. 풍경은 삶과 문화를 반영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단이 바꾸어 놓은 특수한 삶과 마주하게 된다. 소이산은 철원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 공간이다. 소이산은 철원, 나아가 DMZ 접경지역의 환유이기도 하다.

기획 : 조경진, 박은실, 조은아
참여 : 조신형, 서울대 도시경관기획연구실, 모움
후원 : (주)유풍,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티스트 토크 & 버스킹

모움아트버스 순회 전시 기획자와 작가들의 철원 풍경 너머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과 서울숲 가을 풍경 속 노리플라이 정욱재의 버스킹

전시 기획자와 작가 인터뷰

Q1. 이번 전시회를 통해 DMZ 접경지역인 철원 지역의 문화와 경관을 수집하고 재현하였습니다. 철원에서의 여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아카이브 형태의 전시회를 대도시 한복판의 서울숲공원에서 개최하였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조경진 : 일단 서울숲공원에서 “DMZ 철원, 소이산 풍경 캐비닛”을 4일간 전시하고 아티스트 토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동식 전시이기에 분단의 공간, 철원의 이야기를 여러 곳 다니면서 사람들과 만나고자 했습니다. 철원, 강화, 교동도, 고성, 양양 등으로 거치며 여정을 이어져 왔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다행히 그린아카이브2020展 프로젝트에 초대해 주셔서 여러 사람이 전시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서 남쪽의 다른 지방 도시를 방문하려 했는데 다시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중단된 상태입니다. 아주 절묘한 시점에 서울숲에서 전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도 철원에 관한 내용에 많이 관심 가져 주셨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온전히 간직한 철원의 서사에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관람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Q2.작품을 버스에 싣고 순회하며 사람과 예술을 연결하는 모움아트버스 프로젝트가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모움아트버스 소개와 앞의로의 여정, 다음에 정차하고 싶은 공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은실 : <모움아트버스>는 문화예술이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나누고 사회공헌을 실천하고자 설립한 비영리 문화예술경영단체 <모움>의 문화 나눔 프로젝트입니다. <모움>은 문화예술을 활용한 기업 CSR 모델 구축, 문화예술 콘텐츠와 도시문화를 접목한 지역문화 발전, 디지털미디어와 온-오프라인을 통한 세계시민교육, 문화 접근성 제고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며 <모움아트버스>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모움아트버스>는 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한 문화소외지역 및 문화예술을 쉽게 누리지 못하는 일상생활 속의 도시민들을 찾아가서 문화예술을 감상, 체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움아트버스>는 훌륭한 콘텐츠를 가진 기관 및 단체와 연계·협력하여 사업을 진행하며 이번에 기획한 ‘DMZ 철원 소이산 풍경캐비넷’ 전시도 서울대 환경대학원 경관연구실과 조신형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면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공유하고 네트워킹하는 움직이는 문화예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다음에 정차하고 싶은 공원은 서울을 벗어나 전국의 의미 있는 장소와 공원을 돌며 <모움아트버스>의 여정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Q3. 철원 지역사회 풍경과 사회적 염원으로 발전한 작가의 작품 세계가 흥미롭습니다. 작품 활동을 통해 자연이나 풍경에 대한 생각이나 접근하는 개인적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을까요?

조신형 : 이번 소이산 풍경 캐비넷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접했던 풍경을 담는 작업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작업한 지역과 바라볼 수 있는 풍광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소이산에서 철원평야를 향해 시선을 던진 그 시기와 그 풍경속에 담긴 역사적 사실과 제가 가진 그간의 경험이 중첩되면 생겨난 특별한 순간의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든 영상은 1년 남짓 소이산과 소이산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의 사계를 담은 작업입니다. 이 영상에 드러나는 것은 산 밑에서 바라본 산의 모습,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마을과 평야의 논밭 그리고 접경지대를 멀리서 담은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들을 영상으로 감상한 분들이 해주시는 이야기는 매우 특별합니다. 북쪽에 있을 철원의 땅을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 비무장지대에 생태를 이야기하시는 분도있고, 역사속 궁예궁이나 온달장군을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접경 지역의 삶에 대해 말씀하신 분도 있고 철원의 풍경이 담고 있는 매력과 전쟁의 참상을 함께 말씀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 말씀들을 들어보고 제 안에서 찬찬히 훑어보다 보니 소이산이 그동안 지켜봤을 수 많은 풍경을 듣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의도보다도 더 큰 의미가 저에게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그 동안 풍경을 담는 작업을 할 때도, 그리고 이번 소이산에 올라 촬영을 하면서도 제가 집중하고 풍경으로 치환하고자 했던 것은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어떤 형태로든 보는 이에게 전달되어 감성으로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풍경이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풍경 속 이야기를 넘어 그 안에 영상으로는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로 확장되는 것을 보며 그때서야 영상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전시를 마치면서 생겨난 풍경 작업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이야기를 담은 풍경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를 불러 일으키는 풍경을 담는 작업으로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작업에 대한 고민과 함께, 더 좋은 작업을 해야 할 이유와 방향이 견고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게 성장할 기회를 주고 귀한 풍경과 마주할 시간을 준 모움아트버스 소이산 풍경 캐비넷 프로젝트와 성찰을 정리하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그린아카이브2020展에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상을 보고 솔직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신 관람객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전시버스에서 만난 분들은 제가 영상을 만든 사람이 줄 모르고 얘기하셨을 텐데요. 저에겐 매운 귀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Q4.「그린아카이브2020」 전시는 도시의 그린에 대한 기록을 다양한 작가들의 삶의 철학이나 작품 세계로 표현하였습니다. 참여 기획자/작가로서 소감과 견해가 궁금합니다. 어땠나요?

조경진 : 그린아카이브2020展은 서울숲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스케일의 그린에 관한 기록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카이빙의 방식도 4개의 전시팀마다 다양해서 좋았고요. 이번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하여 그린에 관심으로 가지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생겨난 것도 성과라 생각합니다. 아카이브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린아카이브라는 주제를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주도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약속한 바처럼 꼭 비엔날레의 형식으로 향후 지속했으면 좋겠습니다. 미리 준비하면 다음엔 더욱 더 풍성한 콘텐츠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공원 축제로 앞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박은실 : 그린아카이브2020展은 도시의 숲과 공원에 대한 기억을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하고 기록한 아카이브 전시로 기획되었습니다. ‘사라진 장소와 나무에 대한 기억’, ‘새로운 녹색공간 발견’, ‘미공개된 숲에 대한 해석’, ‘이어진 여정을 통해 다양한 풍경을 싣고 온 아트버스’ 등 서울숲 전역의 다양한 장소를 움직이면서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원을 즐기는 재미를 배가시켜 줍니다. 공원이라는 대중에게 공개되고 오픈된 장소에서 이렇게 전문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모움아트버스>가 참가할 수 있어서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움아트버스>의 기획 의도에 맞게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서울숲에서 DMZ의 풍경을 감상하는 새로운 경험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숲 운영에 있어서 시민참여 거버넌스의 대표적인 기관인 서울그린트러스트의 서울숲에 대한 기록 등 새로운 시도가 좋았고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게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신형 : 공간에 대한 경험을 다수가 함께 할 수 있지만, 공간에 대한 기억은 각자가 자신만이 가진 것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다 보면 그 차이에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간이 변하거나 사라지면 그 기억이 더 소중해지기 마련입니다. 도시 속에서 익숙하게 지나치는 가로수와 공원들이 그런 공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과 전시가 귀한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도시공간 중에서도 숲과 공원이라는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장소들에 초점을 맞추어 보편적인 경험 속 개개인의 특별한 기억과 감성을 건드리고 드러내는 프로그램들이 구성된 것이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간을 향한 시선과 기억이 다양하게 모여들고 교차하는 것을 보며 전시가 기억의 광장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작품이 담은 숲과 나무,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장소가 공원 안에 위치한 녹음과 연결되는 장소에 있어서인지 작품의 내용이 전시장을 나서며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전시를 찾은 사람들에게도 작품 속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