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역량강화아카데미 3번째 – 정원 인문학(조혜령 박사)

서울그린트러스트 직원역량강화 아카데미 3번째 이야기
정원인문학 정원, 인간과 삶터에 관한 역사적 고찰 (조혜령 박사)

 

정원이 없는 건물과 궁궐은 단지 거대한 공작물일 뿐이다.’ -F.Bacon-
정원은 영혼의 안식처이다.’ –헤르만 헤세

2015년 4월,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이후로 울산태화강 국가정원 추진,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 등 ‘정원’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정원은 연간 방문객이 900만명이 넘을 정도로 그 인기가 뜨겁습니다. 정원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원’은 무엇일까요? 정원은 어떤 의미를 가진 공간일까요? 조혜령 박사님과 함께 그 동안의 시대 속에서 정원은 어떤 가치를 담아내는 곳이었는지, 사람과 정원은 어떤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치자와 정원’, ‘시민과 정원’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주셨답니다.

 

1. 통치자와 정원

강력한 왕권 하에 지배되던 시대에서 정원은 단순한 유희의 수단을 넘어, 국가적 이상을 재현하는 수단이었다고 합니다. 국민과 국가를 향한 통치자의 이념과 이상을 녹여낸 장소였지요. 유럽,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원에서도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1) 프랑스: 베르사유 정원
프랑스의 대표적 명소인 베르사유 궁전은 정원이 국가적 이상을 재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궁전을 지은 통치자는 ‘태양왕’, ‘짐은 곧 국가다’라는 말로 유명한 루이14였습니다. 중앙집권적 통치를 강하게 표명했던 그는, 정원설계에도 그러한 이상을 반영했습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볼까요?

큰 축을 중심으로 한 대칭구조, 내가 곧 중심이다.
정원은 큰 축을 중심으로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유럽정원을 대표하는 정형식 정원이지요. 큰 축을 기준으로 방사형으로 뻗어가는 구조는 중앙집권적 권력을 상징하며, 태양이 뜨고 지는 동서 방향으로 되어 있어 왕의 권력이 사방에 미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베르사유정원의 모습 (사진: 루이까또즈 공식블로그)

끝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권력의 상징
베르사유의 정원은 경사면이 있음에도 궁전에서 내려다보면 전부 평지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귀족들을 향해 나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라는 욕망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루이14세는 그의 방에서 정원을 한 눈에 내려다보았다고 해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정원의 끝을 바라보면 ‘소실점’이 맺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나의 권력에는 끝이 없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니, 당시 루이14세의 중앙집권적 권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 베르사유의 정원엔 소실점이 없다. (사진: 위키미디어)

정원 곳곳에는 왕의 시선이 숨어있다.
정원에 설치된 그 어떤 것에도 의미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베르사유의 정원은 루이14세의 권력과 왕 그 자체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태양의 신 아폴론의 조각상은 ‘태양왕’으로 불리던 루이14세를 상징하는 것이었죠.

이 정원의 그 어떤 것도 아무런 이유 없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왕의 권위에 대한 메타포였다.’ (‘절대왕정의 탄생, 임승휘)


| 베르사유 정원에 있는 아폴론분수. 루이14세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2) 미국
미국의 3번째 대통령이자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인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정원을 좋아했던 지도자였습니다. 독립선언서의 기초자인 그는 미국 계몽주의와 실용주의를 토대로 공화주의의 이상을 만들어갔습니다. 이러한 그의 철학은 그의 집인 몬티첼로의 정원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가 추구했던 공화주의는 간결절제균형비례의 모습으로 정원에 구현되었고, 독립으로부터 얻은 자유는 자연풍경식 정원과 곡선 산책로, 미국 고유의 자생종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 몬티첼로의 모습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미쉘 오바마도 백악관 내에 텃밭정원을 가꾸며 사회적인 관심을 낳았습니다. 이는 가족 간의 유대와 건강한 먹거리 등의 다양한 메시지로 해석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를 따라 미국 내에서도 텃밭정원이 유행했을 정도라고 하니, 정원은 개인적 관심을 넘어 사회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백악관에서 아이들과 유기농텃밭을 가꾸었던  미쉘 오바마 (사진: 조선일보)

*참고
– 미국적 계몽주의’의 표상 토머스 제퍼슨의 집 ‘몬티첼로'(기사)
 – 美, 대공항과 2차대전 때 이어 텃밭 가꾸기 바람(기사)

3) 우리나라

정원 안에 통치자의 이상이 담기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경복궁 후원에 다양한 식량작물을 심고 선진농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일종의 텃밭정원, 즉 재배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그는 여기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농사직설’을 펴냈는데요. 재배원은 농사기술의 발전이 이 곧 나라를 살린다는 그의 이상이 반영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전기 이후에는 창덕궁 후원에 뽕나무를 심어 양잠을 연구하였다고 하네요. 조선시대의 후원은 이렇게 ‘애민농본’의 사상을 드러내는 정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창덕궁 후원의 400년된 뽕나무. 왕비가 직접 양잠을 독려하는 친잠례가 거행되기도 하였다. (사진:국가문화유산포털)

 

2. 시민과 정원

영국 근대 대중정원문화 전개양상을 바탕으로 한 ‘시민과 정원’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에서 시민중심의 권력으로 재편되면서 정원은 대중의 이상이 담긴 공간으로 변화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정원에 담긴 대중의 이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정원의 나라 영국을 바탕으로 시민과 정원의 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1) 대중문화의 시작, 광기어린 식물수집
19세기는 정원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산업화의 발달로 부를 축적한 중산계급이 성장하면서 ‘대중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동시에 도시화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왕실 또는 사유 공간으로 여겨졌던 정원이 대중들에게 오픈하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공공정원을 통해 정원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점점 증가했습니다.

당시 영국의 귀족들은 정원식물을 수집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습니다. 다른 정원에 없는 희귀한 식물을 들여놓는 일이 일종의 과시수단이었지요. 그러나 정원이 대중화되면서 식물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대중에게 확산되었고, ‘오키델리움(Orchidelirium)’이라고도 불리는 광기어린 식물수집활동이 영국전역에서 일어났습니다.


| 식물사냥꾼이 나타날 정도로 식물수집 광풍이 불었던 영국 (사진: http://peagreentheatre.com/plays/orchidelirium/)

2) RHS의 등장과 대중정원문화의 확장
19세기 중반 왕립원예학회(Royal Horticulture Society, 일명 RHS)가 설립되면서 식물수집과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수집된 식물들은 재배원과 공공정원에 전시되면서 식물을 보는 대중들의 눈을 높여주었습니다. 온실의 발달로 식물에 관한 지식이 확장되고, 인쇄술의 발달로 정원전문서적이 대량생산되면서, 사회에 소외되어있던 여성들도 정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이밖에도 첼시플라워쇼 개최를 비롯하여 RHS의 활동은 영국 대중정원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왕실의 지원과 RHS라는 전문기관의 힘이 모여 자연스러운 정원문화가 형성되어 온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민/관의 협동이 강조되는 요즘, 영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곰곰히 돌아보게 되었네요.


| RHS 홈페이지의 모습. 다양한 가드닝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며 영국 정원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3) Cottage Garden의 유행
여성들의 정원활동이 늘어나고 탈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에서 부를 축적한 중산계급들이 교외로 이주해 전원생활을 즐기는 시도가 증가했습니다. 꽃과 채소, 허브, 과실수등을 심은 실용적인 정원을 가꾸며 ‘Cottage Garden’이라고 불리는 중산층만의 정원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식물을 돌보고 가꾸며 진정한 자기만족을 느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매슬로우가 말한 인간의 5단계 욕구 중, 가장 상위단계의 욕구는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합니다. 정원은 ‘자아실현’이라는 인간의 마지막 욕구를 실현시켜주는 장소라고 이야기 해주신 조혜령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살아있는 식물을 가꾸고 돌보는 과정 속에서 삶의 과정을 이해하고 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지요.


| 영국 Cottage Garden의 모습

*참고
– 영국 왕립원예협회 등장…대중적 취향의 정원 문화 조성 영향(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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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진정성을 만드는 것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어떤 ‘상’이 아닐까요?’
‘정원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메세지를 고민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강의 끝 무렵 조혜령박사님이 해주신 말입니다. 정원은 그냥 예쁘기만 한 곳을 넘어, 개인의 이상 혹은 사회적 이념을 담은 메시지로 나타난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정원을 만들 때 에도 그런 이상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국가정원 조성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영국의 대중정원문화가 많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리잡혀온 것 처럼, 우리나라만의 대중정원문화도 많은 시대적 흐름 속에 자리잡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단발적인 인기와 정책보다 ‘공공의 가치’를 염두에 둔 정원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성 있는 정원은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공의 가치가 담긴 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과 더욱 소통하고 호흡하며 걸어가는 서울그린트러스트가 되어야겠습니다.

다음 강의는 동국대학교 오충현교수님의 ‘도시공원과 생물다양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던 강의이기도 했어요! 다음편 후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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