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역량강화아카데미 2번째 – 시네마스케이프 북토크(서영애 소장)

서울그린트러스트 직원역량강화 아카데미 2번째 강의는 ‘시네마스케이프 북토크’입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 운영위원이자 기술사사무소 이수의 소장이신 서영애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작년 8월 경에 출판 된 ‘시네마스케이프’는 장소․경관․도시․시간․일상․유머 6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영화 속에 담긴 도시풍경을 바라보는 책입니다. 그런데 영화와 경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요? 낯설고도 생소한 시네마스케이프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
두번째 이야기. 시네마스케이프 북토크  – 서영애

한 질문과 함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관을 눈으로 보면 되지 왜 영화로 보는 걸까요? 뭔가 좋은 점이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영화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깁니다. 개인적인 일상에는 ‘나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영화 속에서는 나와 다른 많은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담긴 공간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장소’가 됩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는 익숙한 공간일지라도 나와 다른 의미를 지닌, 즉 다른 장소를 만날 수 있는 것이지요.

설계자는 공간을 만든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사랑하고 꿈꾸며 살아간다. 공간은 개인의 고유한 체험과 감정이 스며들어 장소가 된다. 사람들이 장소를 만들어간다.’ – 시네마스케이프 중 –

이 날 강의는 몇 가지 영화를 바탕으로 영화 속에 나타난 도시경관의 모습과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감정,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말씀해주신 많은 내용 중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릴게요.

 

1)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짐 자무쉬 (2013)

이 영화에는 남녀 뱀파이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둘은 부부 사이이지요. 남편 뱀파이어는 미국의 디트로이트시에 거주합니다. 디트로이트는 ‘포드’, ‘제너럴모터스’ 등을 필두로 세계 자동차공업의 중심도시로 급성장했던 도시였으나 이후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와 자동차산업의 몰락으로 쇠락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영화에는 그런 쇠락한 도시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합니다. 뱀파이어들은 낮보다는 밤에 활발히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영화는 대부분 디트로이트의 야경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때문에 쇠락한 도시가 가진 스산함은 관객들에게 더욱 증폭되어 다가옵니다. 주인공들의 대화와 감정 속에서 쇠락한 도시에서의 삶이 어떤지 주목해볼 수 있다고 하네요. 시네마스케이프에 소개된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발견해볼 수 있습니다.

2) 패터슨, 짐 자무쉬 (2017)

영화제목인 ‘패터슨’은 영화 전체의 배경이 되는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이름이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패터슨은 시를 사랑하는 버스운전기사입니다. 영화는 버스운전자인 패터슨의 시선을 따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지극히 일상적인 도시의 삶을 패터슨의 시선 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인 버스운전사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도시를 부유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방문하더라도 그 안에 담겨있는 일상은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것은 패터슨이 적는 시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고 하네요.

서영애님은 패터슨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패터슨시를 보며, ‘나중에 미국에 가게 되면 저곳에 꼭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패터슨시는 1700년에 탄생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계획 도시 중 한 곳인, 마치 영화 속 일상처럼 특별할 것이 없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요. 이렇듯 특별할 것 없는 공간과 일상에도, 잔잔히 들여다보면 자잘한 관계맺음 속에 벌어지는 특별함과 새로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왠지 영화를 보고나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보다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왜 경관도 영화를 통해 보면 좋은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답니다.

 3) 영화 속에 담긴 뉴욕, 그리고 센트럴파크

뉴욕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곳은 바로 ‘센트럴파크’입니다. 특히 뉴욕인들의 센트럴파크 사랑은 대단하다고도 하죠. 그러나 드넓은 센트럴파크와 휘황찬란한 고층빌딩이 가득한 뉴욕도 과거엔 각종 범죄와 소동이 가득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수많은 이민자가 몰려오며 문화도 근본도 없었던 뉴욕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 엘리트층은 ‘공원’을 도입했습니다. 그것이 센트럴파크의 시작이었지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오브뉴욕’, ‘순수의 시대’ 등의 영화는 센트럴파크가 만들어지기 전 뉴욕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도시공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영화를 통해서도 발견해볼 수 있습니다.


| 영화 ‘갱스오브뉴욕’의 한 장면 (사진: 네이버영화)

이후 센트럴파크는 수많은 영화들의 배경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유명 영화감독인 우디앨런의 영화에서는 센트럴파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도 합니다. 뉴욕에 사는 주인공들은 센트럴파크를 지나 학교에 가고, 누군가에게 고민을 상담하며, 사랑하는 이와 산책합니다. 과거의 추억이 깃든 센트럴파크에 찾아와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보기도 하고요. 이처럼 우디앨런의 영화 속 센트럴파크는공원은 곧 도시민의 삶의 공간이자 고향같은 곳으로 대변됩니다. 동시에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지요.


| 우디앨런의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의 한 장면. 그가 그리는 뉴욕엔 센트럴파크가 빠지지 않는다. (사진: 네이버영화)


.
영화를 도구삼아 도시와 경관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이제는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과 공원의 모습, 그 안에서 사람들이 행동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책에는 ‘공원은 왜 만들어졌는가(카페 소사이어티)’, ‘한 공간이 특별해지는 계기는 무엇일까(브루클린)’, ‘도시의 정체성은 어떤 요인으로 생성되는가 또는 쇠락하는가(라라랜드,경주)’ 등 훨씬 다채로운 내용들이 담겨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영화에 큰 관심이 없는 저도 재밌게 본 책이니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재미나게 읽어보실 수 있을 거에요.

강의를 듣다보니 문득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들에게 ‘서울숲공원’은 어떤 ‘장소’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우디앨런 영화에 등장하는 센트럴파크처럼, 우리나라 영화의 배경에도 공원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와 공원의 관계가 보다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영화를 통해서도 발견되는 그 날을 꿈꿔봅니다.

‘공원은 발명되었다. 그리고 당대의 도시 문화를 반영하며 진화해 왔다. 거대 담론에서 일상으로, 구별 짓는 곳에서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행복하다고 느끼는 공원, 그곳에 가고싶다.’ – 시네마스케이프 중 –

*도서 ‘시네마스케이프’ 자세히보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501181

 

✔ 1편 다시보기: 역량강화아카데미 1번째 – 도시공원과 협치에 관하여(이강오)